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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어린 여인의 이야기 (작가 임수진)

욕망 어린 여인의 이야기 (작가 임수진)

욕망의 잉여 칼로리: 임수진이 그리는 현대인의 풍요 속 빈곤

욕망 어린 여인의 이야기


인간이 나약해지는 여러 가지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돈, 누군가에게는 명예, 누군가에게는 사랑일 수 있다. 유년기 시절부터 지금 성인이 된 나의 머릿속에 여성이라는 인물은 공공연하게든, 스스로가 정의 내린 미감에든 시지각에 만족하기 위한 존재로서 자리 잡았다.

음식이 알약으로 만들어져서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되는 포만감을 주었으면 좋겠다던 나의 은사님, 평생을 다이어트와 싸우는 친구, 친척, 가족들.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막론하고 다들 다이어트를 외친다. 음식의 아노미 상태.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쓰레기 칼로리, 그것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인간. 그러한 인간 안에 기생하는 욕망, 욕망 안에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식욕.

먹이사슬 같은 공생의 관계 속에서, 나 역시 이러한 상황들에 평생을 지고 또 지면서 오늘 하루 살아가고 있다. 아름다움에 집착할수록 탐닉되는 식욕, 즐비한 베이커리 가게, 치솟는 디저트 가격, 그로 인해 생기는 거식, 폭식, 과잉 섭취로 인해 몸이 부서져라 러닝머신을 달리면서, 제법 그럴듯한 “러너”라는 이름을 덧입혀 한강을 달리는 사람들과 위고비라는 의술의 발명까지.

나 역시 수많은 다이어트 식품과 건강기능 식품의 아이러니컬한 현상에서 딱히 근본적 본질의 해결점을 내놓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한탄만 늘어놓으며 근사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라는 인지와 함께 오늘도 답답함 가운데 놓여 있다. 쳇바퀴 돌듯 돌고 도는 이러한 무식한 사회의 폭력적 영양소 과잉의 현상들 속에서 우리는 체념하고 속고 살고 있다. 섭취하고 화장실에서 그것들을 배설한다.

평생을 자신의 인생을 위해 땀 흘리고 노동하며 울고 웃으며 세월이 지나면 소멸된다. 보암직스럽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은 그렇게 우리 곁을 지키기도 하며 살생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로 나에게 있어서 식욕은 오브제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준다.

개인적 종교관에 반하는 식욕이라는 인간 본능의 무엇은, 원초적 욕망의 범주 안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가중시킨다. 어느 것 하나 선택할 수 없는 넘쳐나는 디저트들 사이에서 ‘선택 장애’는 미의 과도한 집착이 불러온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도하게 부풀려져 극도로 커다란 이미지를 창출하는 욕심을 화폭에 표현하며, 과도한 욕망을 표현하였다. 끈적한 텍스처가 느껴지는 유화의 기름과 물감의 물성은 쓸모없이 비생산적으로 온몸에 독처럼 쌓이는 잉여 칼로리를 표현하며, 도식화가 과도하게 즐비하는 네트워크 창 안에서의 표상들은 내면의 시끄러움을 나타낸다.

건강을 해치면서 건강을 유지시킨다. 내면의 결핍을 에너지라는 명목하에 취하면서 몸의 독성을 쌓는다. 버려야 할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취한다. 신은 인간에게 식물과 과일을 선물하였으며, 자유의지를 주어 세상을 만들 수 있게 하였다. 그렇게 모든 것들을 선사받은 인간은, 인간을 위한 더 나은, 더 편리한 무엇들을 끊임없이 생산했다.

꿀 대신 인공감미료를, 생육과 번성을 위한 성결한 성의 개념을 섹스 산업으로 물질 생산화시켰으며, 자연을 위해 창조된 산과 들에 건물을 세운다. 그렇게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더 나은 세상(혹은 인생)을 위해 한평생을 헌신한다. 그렇게 편리한 공간을 창출하고 우리는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진 한 육신에 속한 오장육부들은 제 기능을 다하고, 연료가 닳아 없어진 기계처럼 힘을 잃어가며, 엄청난 자본을 투자한 육신에 속한 영혼은 그렇게 삶을 마감한다. 어떤 것이든 부족함이 없는 지금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아날로그와 하이테크놀로지를 모두 경험한 나는 과연 행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족하면 취하고 필요 없으면 간편하게 버려지는 이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풍요 속의 빈곤을 체감한다. 나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생에서 무엇을 소중하게 지켜나가고 싶은지, 내가 끊어낼 수 있는 악순환의 고리는 어느 지점인지, 사유의 근본들을 헤집어 본다. 얼마나 더 취해야 만족하며, 어느 정도의 상태에서 만족한 삶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지. 또한 내가 예상한 끝이라고 생각한 지점이 끝이 맞을지 궁금하다.

작가 임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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